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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한민국 40대 가장

내 직상상사는 알콜 중독자

- 사회생황 멘토 JD 와 임원면접 -

 

대학 졸업 후, 선배 소개로 반도체 장비 제작회사의 해외영업직으로 입사를 했다.

영업임원 면접날 JD를 처음 봤다.

영업임원이 술을 좋아하고, 좀 특이한 사람이라고 선배에게 들었기에,

난, 다시한번 옷 매무새와 영어로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있었다.

 

선배의 안내에 따라, 개방형 사무실로 들어갔고, 영업팀 section에서 가장 상석에

앉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.

그 사람은 나한테 90도 인사를 하면서, 뭐라고 중얼 거리긴 했는데,

무슨말을 하는지 잘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.

얼굴에는 심하게 피부 트러블이 올라와 있었고,

머리카락 과 수염은 경계가 없는지 오래 되었고, 기름기가 흐르고 있었다.

구렛나루 쪽 흰 수염은 이미 입주변으로 번져, 나이가 꽤 있는 꼰대로 보였다.

 

대뜸 나보고 앉았다가 일어나 보라고 했고, 손가락을 펴 보라고 한 후, 주먹을 몇차례 줘 보라고 했다.

난 시키는 대로 했으나, 속으론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는지 불평을 하고 있었다. (뭐 하자는 시츄에이션 인지... 참~)

 

갑자기 그 꼰대가 "합 격!" 이라고 크게 소리를 쳤다.

 

아! 또 왜 이래~ 

개방형 사무실에서 쪽팔리게....

 

이것이 나의 간결하고도 화끈한 임원면접 이였다. ㅎㅎ

 

여담으로,

나 역시도, 과장급 이하, 영업 충원 시, 사지 멀쩡하고, 손가락만 10개 있으면,

다 똑같다고 생각한다.

 

어느정도 센스 있으면, 학벌과 경력은 그렇게 중요치 않다. 

어차피,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녹아드는 과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.

 

 

- JD 와 단독 환영회 -

 

면접이 끝난 후, 

그 꼰대는 나보고 숙소에 가서 환영회를 해야 한다며 날 데리고 갔다.

학교 다닐 때, 야구동아리를 했기에, 술은 잘 먹는 편 이였다.

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이 오기 전까지, 숙소 냉장고에 있는 소주 2병과

냉동실에 먹던 탱크보이(하드)를 가지고 왔다.

소주는 잔도 없도 없이, 각 1병씩 들고 건배를 했다.

 

그는 익숙한듯이,

목젖을 내려서 목구멍을 Full 개방한 후,

소주병의 주둥이를 입에 대지 않고, 술을 식도로 부었다.

 

난 아직도 그 소리를 잊지 못한다.

 

소주 병에서 소주가 나오며,

공기가 소주병으로 들어가는 청아한 소리... 동~ 동~ 동~

 

소주를 잔에 따라 먹지 않고, 병나발을 분거나, 빨대로 빨아 먹으면,

학창시절 술 잘먹는다는 소릴 들은 나로써도

2병을 먹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다.

 

난 불나방이 되어, 불구덩이로 뛰어들 듯이,

동~동~동~ 소리를 내고 있었다.

 

정신줄을 차려 보니,

내방이 아니란 것, 직감했으며,

난 어제 기억을 되살려 보려 노력했다.

 

술 먹고 실수 하는 성격이 아니라, 

큰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,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참 궁금했다.

 

그 꼰대는 잠도 안자고 계속 앉아서 술을 먹고 있었다.

 

저게 인간인지? 괴물인지? 

 

"죄송해요! 제가 피곤해서 잠이 든 거 같습니다."

그 꼰대 왈 "아니야 아니야. 아주 곤히 자던데. 씻고 출근하자~"

 

이건 또 뭔지..

일단 화장실에서 씻고 나왔는데, 난 그 상황을 잊을 수가 없었다.

 

중국집에서 시켜 먹다가 남은 소주 3병을, 그 꼰대 보온물통(흔히 엄마들이 마우병 이라고 부름)에 따르고 있었다.

멀뚱이 서서 지켜보고 있는 나한테 꼰대가 " 회사 가서도 먹어야 할 거 아니야~"라며, 씨익 웃었다.

 

난 녹색병만 봐도 오바이트가 나오려고 했다.

 

이때부터,

알코올 중독자와 애주가를 정확히 구분짓는 눈이 생겼다.

 

우리 아빠는 애주가라는 걸 알았다.